2020.11.03 ~ 04 지리산둘레길 1,2코스 - 1
친구여,
11월3일(화) ~4일(수) 1박2일로 절친과 지리산둘레길 1코스(주천~운봉)와 2코스(운봉~인월)를 걸었네.
3년전(2017년 6월)에 친구들과 3코스를 걷고 작년(2019년 11월)에 홀로 4,5코스 걸었는데 너무 좋아
올해도 2007년에 처음 개설되어 지리산둘레길의 상징성이 있는 1,2코스를 걸었어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남원행 고속버스 6시 첫차를 타느라 인근 찜질방에서 자고
아침도 스콘과 바나나로 때웠어요.
이 시국에 무슨 찜질방이냐고 하며 잘때도 마스크하라는 집사람의 엄명에 난생 처음 마스크 차림으로 잤어요.ㅠ
찜질방 수면실이 게스트하우스 처럼 2층 침대로 되어 잘 수 있는 분위기는 되었지만
잠자리 바뀌면 못자는 천성이라 한숨도 못 잤어요.(코골이방도 따로 있어요. ㅋ)
그래도 첫날 등산이 포함된 둘레길을 4시간반 정도 거뜬하게 걸었으니 두 할배가 대단해요.
남원터미널에 내려 둘레길 입구까지 택시를 탔더니 친절하게도 시작점에서 1Km 정도 더 간 지점에 내려주어
15분 정도는 덜 걸었지만 첫구간의 상징인 안내 간판 사진을 못찍어 좀 아쉬워요.
(그래서 다른분의 블로그에서 사진을 퍼왔어요. 죄송)
첫날 577m의 고지를 1시간 정도 오르는 등산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평탄한 길로 걷기 편했어요.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약간 쌀쌀하고 바람이 좀 불었지만 청명하고 상쾌해서 걷기에는 딱 좋았어요.
지리산 단풍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가을 정취가 깃든 넓은 들판과 시골 같지 않은 잘 정돈된 마을,
멀리 보이는 지리산연봉의 부드러움에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요.
다만 추수가 끝나 누런 황금색의 들판을 지나며 지리산 연봉을 봤으면 한결 푸근했을텐데 아쉽네요.
1코스는 14.7Km로 6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는 운봉까지 5.1Km를 남긴 덕산에서 버스를 탔어요.
걸을 길은 넓은 들판 뚝길이라 바람이 세게 불어 감기도 걸릴 것 같고
자주 다니지 않는 버스가 마침 있어 잘됐다 하고 얼른 탔지요.(1시간 이상 걸릴길을 15분만에!)
덕분에 지리산허브밸리에 있는 금년 5월에 개장한 오헤브데이호텔에 일찍 들어가 더운 물에 샤워하고 푹쉬다
읍내 식당에서 지역 특산물인 흑돼지고기로 저녁을 했어요.
호텔에서 읍내까지 걸어서 30분 정도인데 귀찮아 오갈때 택시를 탔지요.
보통은 3만원에 민박집에서 자는데 이번에는 나이 들었다고 9만5천원씩이나 내고 호사를 누렸어요.
이쯤해서 雲峰을 소개하면
구름에 가려진 지리산의 많은 봉우리를 본다는 곳에서 유래.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로 예로부터 백제,신라간에 많은 전투가 있었고
왜구들이 경상도에서 이곳을 거쳐 전라도 각지를 침략했다.
이성계가 고려말 이곳 황산벌에서 왜구에 대승을 거둬 명성과 입지를 굳힘.
여담으로 춘향전에 나오는 운봉현감은
남원부사 변학도의 생일 잔치에 주변의 수많은 수령들과 함께 참석하는데
거지 행색의 이몽룡이 나타나자 쫓아내려는 변학도를 말려 독상을 차려주는 아량을 베풀다
이몽룡의 시를 보자 어사임을 직감하고 일을 핑계로 재빠르게 피신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몽룡의 시
金樽美酒 千人血(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玉盤佳肴 萬性膏(옥반가효는 만성고라)
燭淚落時 民淚落(촉루낙시에 민루락이요)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에 원성고라)
금잔의 술은 천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가락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구나